최근 중동 시장에서 한국 방산 수출이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세계 방산 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2월, 국내 방산 기업들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IDEX 2025'에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하며 한국형 다층 방공 솔루션과 첨단 유도무기 체계를 선보이고 있는데, 특히 L-SAM(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의 첫 해외 공개가 이뤄지며 기술적 우위를 입증했고, UAE와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발효로 무기류 관세가 철폐되며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 상태이다. 이번 글에서는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중동 국가들이 한국 방산을 선택하는 핵심 동력과 최신 동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본다.
중동 방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한국의 전략적 대응
중동 국가들은 이란 및 역내 무장 세력과의 분쟁 위협, 드론·사이버전 대비 필요성에 따라 연간 3.8% 이상의 국방비 증액을 지속하며 군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UAE의 경우 2023년 국방비가 254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으며, 2029년까지 매년 4%씩 예산을 확대할 계획이며, 이들은 기존 미국 의존형 공급망(2019-2023년 57%)에서 벗어나 튀르키예(9.9%)·한국 등으로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한국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G2G(정부 간 협상)와 현지 맞춤형 솔루션을 결합한 공략으로 중동 시장에 진입했다. 2025년 2월 체결된 한-UAE CEPA로 무기류 관세가 즉시 철폐되며, KAI의 수리온 헬기·LIG넥스원의 천궁-II가 UAE에 성공적으로 수출된 사례가 신뢰도를 높였으며, 특히 UAE가 한국제 천궁-II를 도입한 후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로의 추가 수출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중동 내 K-방산 벨트'가 형성되었다. 또한, 한국 방산의 성공 비결은 첨단 기술을 현지 조건에 맞춘 적응형 개량에 있다. K-9 자주포의 경우 사막 열풍과 모래 먼지에 강한 냉각 시스템 강화 버전을 개발했으며, FA-50 경공격기는 고온에서도 엔진 출력을 유지하는 'Hot&High' 성능을 강조하고 있고, LIG넥스원의 L-SAM은 공기가 희박한 고고도에서도 미세 가스 분출로 자세를 제어하는 위치자세제어장치(PCA)를 탑재해 UAE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한편, IDEX 2025에서는 이러한 기술력을 종합한 'K-대공망' 솔루션이 공개했는데, 천궁-II(중거리)·L-SAM(장거리)·LAMD(장사정포 요격)·CIWS-II(근접방어)로 구성된 다층 방어 체계로, 중동 국가들의 다양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기술혁신과 경제성의 시너지: K-방산의 3대 경쟁력
한국 무기가 중동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단순한 저가 전략이 아닌 기술 대비 가격 효율성에 있다. 미국 레이시온의 SM-6(1발 430만 달러) 대비 천궁-II는 70% 낮은 가격에 유사 성능을 제공하며, FA-50은 F-16의 1/3 가격에 정밀타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보이는데, 이는 한국의 민군겸용 기술과 첨단 제조 인프라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중동 국가들이 특히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18~24개월의 단축된 납기이다. 폴란드에 K-2 전차 56대를 2023년 계약 후 1년 만에 인도한 현대로템의 사례처럼, 한국 기업들은 모듈형 생산 시스템과 24시간 연속 공정을 통해 유럽계 경쟁사(평균 36개월)보다 빠른 대응이 가능하며, 또한 기술 이전·현지 생산·MRO(정비유지)를 패키지로 제공하며 장기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존에 수출되어 운용되고 있는 많은 한국산 무기체계는 이미 인도의 K-9, 필리핀의 FA-50 등의 사례처럼 실전 검증을 통해 신뢰성을 입증했으며, 최근에는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를 중동 시장에 집중 공략 중이다. 특히, 이번 IDEX 2025에서는 LIG넥스원은 대전차 유도무기 장착 무인지상차량(UGV)과 정찰·타격용 소형 드론을 IDEX 2025에서 선보였으며, 한화는 40km 사거리의 안티드론 레이저 무기 'LAMD'를 전시했다.
전략적 협력 심화: 단계별 진화 모델
초기 단계인 완제품 수출(천궁-II, K9 등)을 넘어, 현재는 UAE·사우디와 현지 조립 공장 설립 논의가 진행 중인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 2월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MOU를 체결하며 K-239 천무 다연장로켓의 현지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현지 고용 창출과 기술 축적을 통해 'Win-Win' 관계를 심화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향후 목표는 플랫폼 공동개발로, UAE 국영 방산기업 EDGE와의 협력이 대표적으로 진행 중이며, 특별히 2024년 UMEX 전시회에서 EDGE가 공개한 정찰용 무인기는 한국의 레이다·항법 기술을 적용했고, 2025년에는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중동형 개발 논의가 예상되고 있다. 한편, 단순 무기 거래를 넘어 UAE 특수부대와의 '아크 부대' 합동훈련을 정례화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사이버 방어 체계 구축을 지원 하는 등 군사협력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특히 KAI는 수리온 헬기 구매국을 대상으로 사막 환경 최적화 조종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후 관리에도 주력하고 있다.
미래 과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
터키의 Bayraktar TB2 드론이 2023년 리비아 전쟁에서 활약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등, 터키 및 유럽 국가들의 견제가 커짐에 따라 중동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은 초음속 미사일·전자전 장비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는 한편, 정치적 RISK를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고, 미국의 FMS(외국군판매) 규제 강화와 사우디-이란 관계 변화 등 지정학적 변수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5년 2월 한국 방위사업청장이 사우디·카타르를 연쇄 방문하며 안정적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한, UAE와의 디지털 외교 채널 구축을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K-방산, 글로벌 방산 재편의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
중동 시장에서 한국 방산의 성공의 열쇠는 '기술-가격-속도'의 황금 삼각구도를 달성하는데 있다. 2025년 2월 기준, UAE·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수출액이 이미 95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CEPA 발효와 IDEX 2025 성과를 반영하면 연간 150억 달러 달성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단순 납품업체에서 중동 지역의 방산 생태계를 주도하는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6G 통신 연계 무인체계·AI 합성전장 시스템 등 차세대 기술 투자가 필수적이다. 중동의 뜨거운 모래 위에 K-방산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길 기대해 본다.